라팔전투기의 수출 역주행과 보라매 전투기의 미래
세계 시장에서 오랫동안 외면받던 프랑스 라팔 전투기가 새롭게 수출시장에서 역주행 하고 있습니다. ‘너무 비싸고 정교하며, 지나치게 프랑스적인’ 전투기로 평가받았던 라팔은 최근 수년간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잇따라 수출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프랑스 라팔 전투기는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A 구매할 수 없는 나라를 중심으로 빠른 수출 성장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라팔 전투기의 뒤늦은 수출 드라이브는 2020년대 후반 이후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KF-21의 해외 진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스텔스기 도입이 어려운 국가를 중심으로 한 ‘틈새시장’을 라팔이 먼저 장악한다면, KF-21의 수출은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라팔을 가장 많이 구매한 ‘큰손’은 중동 국가들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3일 라팔 80대를 구매하기로 프랑스와 계약했습니다. 라팔이 실전배치된 이후 최대 규모의 수출 계약입니다.
UAE는 닷소의 라팔 전투기 80대와 MBDA가 공급하는 항공무장, 에어버스의 카라칼 헬기 12대를 포함한 170억 유로(22조 7500억 원) 규모의 무기 구매를 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가 구입한 라팔전투기 기종은 최신형 F4입니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장착해 정밀타격능력이 크게 높아진 F3-R 기종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능력과 레이더 탐지 회피 기능을 강화한 것입니다. 2024년 개발 완료 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UAE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중동에서 라팔의 입지는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카타르는 라팔 36대를 도입했으며, 라팔의 첫 해외 고객이었던 이집트도 2015년 24대에 이어 올해 30대를 추가 구매했습니다.
인도(36대), 그리스(18대), 크로아티아(12대)까지 합치면, 라팔은 불과 6년 만에 236대의 해외 판매를 기록한 셈입니다.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추가 수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라팔의 수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같은 성과는 미국 F-35A를 구매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위스와 벨기에는 프랑스의 적극적인 요청에도 F-35A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미국을 지지하는 모든 국가가 F-35A를 구매하지는 못합니다. 친미 국가 중에서도 신뢰할 수 있으며, 중요도가 높은 나라들만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라팔전투기 제작사인 닷소와 프랑스 정부는 이같은 빈틈을 파고드는 모양새입니다. 정치, 경제적 이유로 F-35A를 도입하지 못하는 친서방 또는 비동맹국가 입장에서 라팔은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것 입니다.
라팔전투기를 도입하면 적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대폭 낮추는 스텔스 성능을 확보하지 못하는 대신 강력한 공격력을 확보, 전략적 억제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함재기로도 개발돼 프랑스 해군에서도 쓰이는 라팔은 공대함 능력이 막강하고, 500㎞ 떨어진 지상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스칼프 공대지미사일과 미티어·미카 NG 공대공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라팔의 이같은 특성은 KF-21과 매우 비슷하다. KF-21은 F-35A보다 스텔스 성능은 낮지만, 미티어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으로 전략적 수준의 타격력을 갖출 예정입니다.
두 기체의 특성이 유사한 만큼 수출 잠재 시장도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KF-21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라팔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계속 흘러나오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라팔은 리비아 내전 등에서 검증된 성능과 20여 년 동안 쌓인 운영 노하우를 토대로 제3세계 국가 등에 적극 진출하고 있습니다.
라팔전투기 도입의 걸림돌이었던 과도한 가격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UAE와의 계약으로 라팔의 해외 판매 규모는 236대로 늘어났으며, 프랑스군이 도입한 192대까지 합치면 전체 생산량은 428대에 달합니다. 전투기 생산 손익분기점(300대)을 확실히 넘어섰으며, 향후 대당 가격을 낮출 여지가 그만큼 넓어진 셈입니다.
라팔전투기 수출 확대는 KF-21의 잠재 시장을 선점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라팔이 해외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완전한 다목적 전투능력을 갖춘 KF-21 보라매전투기는 2020년대 후반부터 2030년대 초에 등장합니다. 성능 검증과 운영 노하우 확보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더해지면 실질적인 수출 시기는 2030년대 중반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때는 KF-21 보라매전투기 수출이 어렵게 될 수도 있는것 입니다.
KF-21이 라팔보다 20년 후에 등장한 기종이지만, 잠재 시장이 될 국가들이 이미 다른 기종을 도입했다면 KF-21의 수출대상국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인도네시아 도입 물량까지 합쳐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판매를 통해 돌파구를 열어야 하나, 기존 개발 계획을 유지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것 입니다.
KF-21 보라매전투기 관련 계획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 입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 항공무장 장착 및 도입 계약을 서두르는 한편,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을 통해 수주 활동 경험부터 빨리 축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KF-21보라매전투기 관련 업체들이 힘을 합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라팔 체계통합을 담당한 닷소, 전자장비 개발을 맡은 탈레스, 엔진 제작사인 사프랑이 힘을 합쳐 ‘라팔 인터내셔널’을 구성, 수출 작업을 진행해왔다. 프랑스 정부는 외교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2002년 차기전투기(F-X) 사업 당시 프랑스 닷소는 라팔전투기 시제기 4대만으로 한국 시장에 도전했습니다. 그렇게 10여 년을 활동한 경험이 오늘날의 역주행을 낳았습니다, KF-21보라매전투기도 시제기가 출고된 KF-21도 지금부터 관련 팀 구성 등 해외 판매에 나서서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원문기사 세계일보 박수찬의 군 요약]